#2 인플레이션의 도깨비 도로(2022-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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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경PSG | 2022-08-08 14:27:04

첨부파일 | 유경PSG_Quantamental_View_2(2022-08-08)_심의필.pdf

 

 

<유경PSG자산운용 Quantamental View #2: 인플레이션의 도깨비 도로(2022-08-08)>

유경PSG 심의 2022-102​

작성자: 주식운용본부장 김홍범 상무

<목차>

1. 도깨비 도로와 착시 현상

2. 인플레이션의 도깨비 도로

3. 너무 이른 역발상

4. 미국 기준금리의 과거 방향 전환 사례

1. 도깨비 도로와 착시 현상

제주도에는 실제로는 내리막길이지만 마치 오르막길처럼 보이는 소위 "도깨비 도로"(공식명칭: 신비의 도로)가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관찰자 주위의 지형 지물 때문에 관찰자가 내리막길을 오르막길로 인식하거나 오르막길을 내리막길로 인식하게 되는 일종의 착시 효과 때문에 발생하고, 국내에는 제주도 말고도 의왕, 무주 등 몇 군데 이러한 "도깨비 도로"로 알려진 곳이 있습니다.

이런 착시 현상의 원인을 하나의 요소만으로 다 설명하지는 못하지만 아래의 Figure 1과 같은 원리로 대략적인 설명은 가능합니다.

 

 


 

​ Figure 1의 착시 1에서 내리막길 경사가 완만해지는 B구간은 실제로는 내리막길이지만 차를 타고 도로를 내려가는 사람 입장에서는 내려가는 각도가 완만해지기 때문에 마치 오르막길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또한 착시 2에서 오르막길 경사가 완만해지는 D구간은 실제로는 오르막길이지만, 차를 타고 도로를 올라가는 사람 입장에서는 올라가는 각도가 완만해지기 때문에 내리막길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같은 길도 관찰자가 움직이는 차 안에서 바라보느냐, 아니면 차에서 내려 멀리서 가만히 서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는 것입니다.

2. 인플레이션의 도깨비 도로

금융 시장에도 위의 도깨비 도로와 같은 착시 현상이 간혹 나타나는데, 최근에는 미국 인플레이션과 기준금리의 변화를 둘러싼 논쟁에서 Figure 1의 착시 2와 비슷한 현상, 즉 실제로는 오르막길이지만 내리막길로 인식하는 것과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먼저, 아래의 Figure 2를 보시겠습니다.

 


 

Figure 2 2000 1월부터 2022 6월까지 미국 CPI의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 YoY)을 그린 것입니다. 2021년부터 인플레이션이 빠른 속도로 올라와서 2022 6월에는 최근 약 30년 사이 가장 높은 수치인 +9.1% YoY를 기록하였습니다.

 

당사는 지난 "Quantamental View #1: 인플레이션과 KOSPI 전망 (2022-07-29)"에서 미 연준의 계속되는 유동성 축소로 최근 두 달 사이 농산물/에너지/산업금속/귀금속 등 거의 모든 원자재의 가격이 하락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앞으로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둔화될 것임을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저희가 그렇게 말씀드릴 수 있는 이유는 먼저 인플레이션이 2021년부터 상승을 시작하여 이미 2021년 하반기의 물가 기저가 높기 때문에 기저 효과 때문에라도 2022년 하반기가 되면 전년 동기 대비로는 CPI(% YoY)의 상승세가 둔화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만약 2022 6월의 CPI 절대 수치가 전혀 변화하지 않고 2023 6월까지 1년간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아래 Figure 3의 빨간색 점선으로 표시된 것처럼 미국의 CPI(% YoY)는 빠르게 둔화하여 1년 후 2023 6월에는 0%를 기록하게 됩니다.


 

 

확률이 높지는 않지만 만약 그렇게 앞으로 12개월간 미국 CPI가 빠르게 둔화하여 2023 6월에 0% YoY를 기록하게 된다고 가정하면 전년 동기 대비로는 물가 수준이 빠르게 정상화된 것으로 보일 것입니다. 미 연준의 계속되는 기준 금리 인상으로 2023년에는 미국 기준 금리가 최소 3.5%를 넘어설 것으로 보는 것이 현재 시장의 컨센서스인데 인플레이션이 전년 동기 대비 0%대를 기록할 경우 실질 금리가 큰 폭의 '+'를 기록하는 것이 되고 이렇게 높아진 기준 금리가 계속 유지될 경우 각각의 경제 추제들은 자연스럽게 소비와 투자보다는 저축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2023년에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은 이렇게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 둔화가 결합하여 긴축적인 금융 환경이 되면서 경기가 후퇴하게 되면 연준이 다시 빨리 기준 금리를 내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하지만, 당사는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미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을 마무리하고 1) 다시 인하를 시작하는 시기와 2) 인하의 정도에 대해서 크게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고 이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보통 CPI는 발표기관과 언론에서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 YoY)로 발표하고 뉴스의 헤드라인으로 다루기 때문에 우리는 일반적으로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로만 현재의 물가 수준을 판단하게 되지만, 최근과 같이 30년 내 유례가 없을 정도로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상승한 경우에는 CPI의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 YoY)과 함께 절대 레벨을 고려하지 않으면 물가 수준에 대해 잘못된 판단을 내리기 쉽습니다. 아래 Figure 4에 미국 CPI의 전년동기대비 성장률(% YoY)과 함께 절대 수치(1982~1984 = 100)​를 나타내었습니다. ​


 

 

위의 Figure 4에서 파란색으로 표시된 미국 CPI의 절대 수치를 보시면 2019년까지 일정한 추세로 완만하게 상승하던 미국의 소비자물가 수준이 2020년 상반기에는 녹색의 원으로 표시된 것처럼 Covid-19의 확산으로 인한 봉쇄 때문에 눈에 띄게 하락한 후 2021년부터는 금융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과 점진적인 경기 정상화가 결합하며 빠르게 상승하여 기존의 추세선을 크게 상향 돌파한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Covid-19의 확산 직전인 2020 1월과 그 5년전인 2015 1월까지를 이은 노란색으로 표시된 추세선(점선) 2022년 현재의 CPI 절대 수치를 보시면 현재의 물가 수준이 기존의 점진적인 물가 상승 추세보다 매우 높다는 것을 아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위의 Figure 3에서와 같이 2022 6월의 CPI 절대 수치가 이후 더 상승하지 않고 2023 6월까지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할 경우 그 때의 물가 수준은 Covid-19 확산 이전의 점진적인 물가 상승 추세와 얼마나 차이가 날까요? 아래의 Figure 5에 표시해놓았습니다.


 

Figure 5의 녹색 점선을 보면 아실 수 있는 것처럼 2022 6월의 CPI 절대 수치가 2023 6월까지 그대로 유지될 경우 2023 6월에 미국의 CPI(% YoY) 0%를 기록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CPI의 절대 수치를 보면 빨간색 사각형으로 표시해놓은 것처럼 2023 6월에도 미국의 전반적인 물가 수준은 노란색 추세선(2015​ 1월부터 2020 1월까지를 이은 선)과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가 수준이 그동안의 장기 물가 추세를 크게 이탈하였기 때문에 지금부터 CPI가 전년 동기 대비 빠르게 둔화되더라도 2023년에 여전히 높은 물가 수준이 유지된다는 것입니다.

최근의 빠른 물가 상승에 익숙한 시각으로 보면 CPI가 전년 동기 대비 0%를 기록하였으니 인플레이션이 현격히 둔화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실제로는 여전히 높은 물가 수준이 계속되는 것입니다. 미 연준은 기준금리 결정시 전년 동기 대비로만 인플레이션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고 소득 대비 전반적인 물가 수준, 고용, 소비 지출 등을 모두 고려합니다. 그래서, 기저효과 때문에라도 앞으로 자연스럽게 나올 수 밖에 없는 전년 동기 대비 물가 상승률의 둔화만 가지고 미국이 2023년에 기준금리를 크게 인하할 것이라고 보는 것은 당사가 보기에 "현재로서는" 확률이 높지 않습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평가는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만이 아닌 다른 각도에서도 이뤄져야 합니다. 우리가 차를 타고 인플레이션의 오르막길을 현재 달리고 있다면 차 안에서 보이는 것만으로 모든 것을 해석하지 말고 차에서 내려 멀리 떨어져 가만히 바라봐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

3. 너무 이른 역발상​​

저희는 앞선 "Quantamental View #1"에서 KOSPI 6월말 기준 P/B 밸류에이션이 금융위기의 여파가 계속되던 2008 12월말보다도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반등의 시기와 폭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주식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일부 성급한 낙관론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2023"에 연준이 기준 금리를 내릴 테니 이를 "지금" 시장이 반영해야 한다는 것은 얼마나 온당한 일일까요? 저희는 이것이 너무 이른 역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투자에서 역발상은 매우 중요하지만, 역발상 접근의 타이밍이 너무 이르면 좋은 투자 결과를 거두기 힘듭니다.

저희가 인플레이션과 관련하여 성급한 역발상 접근을 경계하는 또 다른 이유는 물가 수준이 실질 임금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지난 "Quantamental View #1"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미국은 Covid-19의 확산 이후 노동 참여율이 줄어들며 명목 임금의 상승 속도가 빨라졌음에도 인플레이션이 더 빠르게 상승하여 아래 Figure 6에서 확인하실 수 있는 것처럼 실질 임금은 노란색 점선으로 표시된 추세선(2015 1월부터 2020 1월까지를 이은 선) 보다 낮아진 것은 물론이고 노란색 실선으로 표시된 Covid-19 확산 직전인 2020년 초 수준보다 오히려 낮아져 있습니다.

 

이것은 미국인들의 평균적인 생활 수준이 Covid-19 이전보다 낮아졌다는 뜻으로, 미국인들 입장에서는 예전보다 생활 수준이 낮아져있다고 생각하면 소비를 주저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낙관적으로 가정하여 미국이 현재 계속되는 금융 긴축 정책으로 경기 둔화를 앞두고 있지만 명목 임금은 최근 1년간의 상승 추세를 앞으로 1년간 변함없이 이어가고, CPI의 절대 수치 역시 위의 Figure 5와 같이 앞으로 상승하지 않고 2022 6월과 같은 수준으로 향후 1년간 변함없이 유지된다면 미국의 실질 임금은 어떻게 될까요? (미국의 명목 임금은 2021 6월부터 2022 6월까지 MoM로 약 +0.43% 상승하였는데 그 추세가 이어진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 결과를 아래의 Figure 7에 표시하였습니다.